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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이야기/명예의 전당

인터뷰 I “나, 월급 안 받는다!” 강올레 16코스 올레지기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행정으로부터 운영비 지원을 받지 않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일은 많고, 살림은 빠듯한 제주올레에게 자원봉사자는 길을 유지할 있게 해주는 소중하고 힘이다. 제주올레 길을 걷고 스스로 마음이 동해 기꺼이 그들의 재능과 시간을 내어준 이들. 특히 제주올레 26 코스에 배치되어 각자 맡은 코스를 매일 걸으며 보살펴주는 올레지기’는 제주올레 자원봉사자의 .

 

16코스 올레지기 강올레(본명 강희춘, 67)제주올레 초창기부터 시작한 자원봉사가 올해로 벌써 7년째가 되었다. 2012년부터는 올레지기 대표로 대내외적으로 자원봉사지만 업무와 책임이 늘었다. 제주올레를 상징하는 표식과 이미지를 컨셉으로 눈에 띄는 복장 때문에 골수 올레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알아주는 유명인’이다. 제주올레와 역사를 같이 해온 그와 함께 올레지기’에 대한 궁금증 모두 파헤쳐 본다.

 

 

 

 

 

Q. 올레지기로서 무슨 일을 하나?

맡은 코스(16코스)를 수시로 걸어서 점검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다. 길 표식(리본 등)을 교체하거나 겉으로 나온 나무뿌리 등 위험요소를 제거하기도 하고 보수가 필요한 구간을 제주올레 탐사팀에 알린다. 올레길 주변 환경정화를 하거나 길에서 만난 올레꾼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주기도 한다.

 

 

Q. 올레지기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올레지기로 활동한 지 7년 됐다. 7년 전 뉴스에서만 봐왔던 제주올레를 처음으로 걸었다. 제주올레 1코스가 오픈 하고 1년쯤 후였다. 택시운전을 업으로 하고 있어 배도 많이 나오고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제주올레 길을 걸으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배도 들어가면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택시운전을 하면서 가보지 못했던 제주의 구석구석을 새로 알아가는 것도 좋았다. 제주올레 아카데미 과정을 3기로 수료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죽 해오다가 올레지기가 됐다.

 

 

Q. 생업에 지장은 없나, 그렇게 많은 활동이?

처음엔 올레길을 걸을 때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걷고 싶은 대로 걸었다. 큰 부담 없이 일주일에 한 두 번 맡은 코스에 나가 올레지기 자원봉사를 하고 한 달에 한 번 클린올레 자원봉사 나가고 그 외에는 태풍에 길이 크게 훼손되거나 새로운 코스가 개장할 때처럼 큰 일이 있을 때 힘을 보태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할 일이 점점 더 많아졌다. 제주올레가 유명해지고 축제 같은 큰 행사도 생겼는데 제주올레는 늘 돈이 없었다. 일하는 사람이 턱없이 부족했고 당연히 식구 같은 올레지기들이 붙어서 같이 일을 했다.

 

 

[2013년 제주올레걷기축제에서 교통 자원봉사를 하는 올레지기 강올레씨]

 

 

 

Q. 그만두고 싶을 때는 없었나, 자원봉사라 언제든지 그럴 수 있었을텐데?

그런 마음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문득’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거다. 그런 생각을 자주하면 어떻게 봉사를 하나. 힘들 때도 있지만 내가 조금 더 애쓰면 여러 사람이 행복해진다고 생각하고 그런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계속 해오고 있다. 모두다 이 길을 즐길 수만은 없다.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지. 그래서 지금까지 올레지기 자원봉사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고 또 앞으로 계속 할거다. 길에서 만나는 올레꾼들의 행복해하는 표정과 동료 올레지기들, 제주올레 식구들의 고맙다는 말과 신경 써주는 마음이 나에게는 ‘올레뽕’이다.

 

 

Q. ‘강올레’라는 예명을 사용하고 복장도 늘 올레 컨셉인데, 무슨 사연이 있나?

올레지기로서 제주를 알리고 올레를 알리고 싶다. 해서 간혹 올레지기를 대표해서 인터뷰를 하거나 나를 소개할 기회가 있을 때는 꼭 ‘강올레’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복장은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처음에는 깃발만 들고 다녔다. 제주올레에서 올레지기들에게 행사때 들고 다니라며 깃발을 하나씩 지급했는데 귀찮아도 늘 들고 다녔다. 깃발 외에도 제주올레 길 표식을 붙인 모자, 올레지기 뱃지, 축제 때 받은 표식 등 그때그때 받은 것들을 가방에 붙였더니 지금은 가방이 엄청 요란해졌다. 처음엔 다들 신기하게 보고 어떤 사람들은 뒤에서 말도 없이 사진도 찍고 그랬는데 이제는 다들 나를 따라 한다. 예전에 길에서 올레꾼을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어리둥절해 하면서 대답 없이 가버리곤 했다. 올레지기는 다른 올레꾼처럼 아웃도어나 깨끗한 차림이 아니고 허름하게 하고 다녀서 그런가 싶은데, 솔직히 조금 서운했다. 그래서 아예 “저는 이 코스 올레지기 강올레입니다~”라고 먼저 신분을 밝힌다. 그러면 사람들이 반색을 하면서 인사를 하고 수고한다고도 한다. 올레 컨셉의 복장은 그런 인사말도 필요 없게 한다.

 

 

[제주올레의 모든 행사에서 제주올레 깃발을 꽂고 활약하는 강올레씨를 만날 수 있다]

 

 

 

Q.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가?

굉장히 많다. 나는 모르는 사람인데 반갑게 인사를 한다. 기분은 좋은데 제주올레 길에서 내 마음대로 못하고 늘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연예인도 아닌데.. 허허~

 

 

[제주올레 축제 덕에 페이스페인팅까지 그려봤다고 행복해하는 강올레씨]

 

 

 

Q. 제주올레를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 진하게 느껴진다. 올레지기 활동하랴 클린올레 하랴, 행사 때마다 자원봉사 하랴  정작  식구들과  주변을  잘 못 챙길 수도 있는데, 지인들의 반응은?

미쳤다고도 하고 ‘돌아이’라고도 하더라.(하하) 자꾸 일은 안하고 거기(제주올레)로만 가니까 돈 받는 줄 안다. 공짜로만 하는 건 아닐 거다, 돈을 받으니까 하는 게 아니냐 그런 식으로. 아무리 설명을 해도 몇몇 사람들 말고는 이해를 못한다. 이해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건지…… 행정에서, 또는 (사)제주올레에서 월급을 주지 않느냐, 그렇지 않으면 요즘 택시도 어려운데 어디 미친놈이 그렇게 하겠냐고 묻는다. 설명을 하다하다 지쳐 이제는 그냥 받는다고 한다. 얼마 받느냐고 물어보면 쓸 만큼 받는다고 대답하고 얼마를 받느냐고 계속 캐물으면 한 달에 300만원 받는다고 얘기한다. 하루 일당 10만원씩 계산해서. 그러면 물어본 사람이 아주 진지해진다. 자기도 하고 싶다고 하면서. 그럼 좋다, 오라고 하는데 대신 5년 동안 무료봉사를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럼 아무도 안 온다. 더 물어보지도 않는다.

 

 

Q. 실제로 월급은 아니더라도 활동비나 물품지원 등을 받지는 않나?

없다. 돈으로 받는 것은 없다. 행정에서 채용한  ‘올레길 지킴이’는 교통비 정도의 활동비가 있지만 올레지기는 100% 순수 자원봉사다. 이 부분을 사람들이 많이 헷갈려 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행정 공무원들도 가끔 물어본다. 그만큼 심각하다. 어떤 날은 너무 속상해서 올레지기들 모인 자리에서 하소연도 하고 그랬다. 자원봉사를 하는데 무언가를 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잘못됐다. 일당 받고 하는 자원봉사가 어디 있나? 그건 자원봉사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주 오해한다. 교통비나 식대는 적어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제주올레 아카데미에서 자원봉사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Q. 올레꾼, 그리고 제주올레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원봉사는 하고 싶은데 바쁘다, 시간이 없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누가 시키거나 등 떠밀어서 하는 게 아닌데 봉사하는 것에 대해 괜한 부담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마음이 움직이면 일단 한 번 해보면 된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하는 클린올레 같이 하면서 기존 자원봉사자들과 같이 어울리는 것을 시작으로 해보면 된다. 부담 갖지 말라. 올레꾼들에게는 자기가 가져온 쓰레기는 반드시 자기가 가져가야 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제주올레 에티켓에 다 나와있다.

 

 

 

 

Q. 제주올레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주올레가 부자가 됐으면 좋겠다. 돈도 물론 많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사람부자가 됐으면 좋겠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올레꾼으로, 또 자원봉사자로 제주올레에 많이들 함께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