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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공지사항

담돌쌓기 시작한 제주 올레

<OLLE NEWS>

 

 

COVER STORY

 

 

앞으로 백 년을 위해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8월부터 보내준 담돌 간세 가입비를 주춧돌 삼아…

 

 

글: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

 

 

 

벌써 제주는 봄이 완연합니다. 제주의 여자들을 들뜨게 하는 고사리철도 눈앞에 다가오고 있고요. 다들 힘든 겨울 잘 보내시고 새봄을 설레는 마음으로 맞고 계시겠지요.

저는 얼마 전 일주일의 짧은 여정으로 스페인의 문화 생태도시 빌바오와 마요르카섬을 다녀왔습니다. 빌바오에서 열린 세계문화정상회의에서 제주올레 사례를 발표해달라고 초청해서 다녀온 것이지요. 세미나에 참가한 유럽 남미의 문화 관계자들이 자연과 마을을 결합한 제주올레 트레일에 대해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꼭 제주를 찾고 싶다고 했습니다. 길을 내준 주민들, 길을 찾고 관리한 제주올레 사무국, 길을 찾는 올레꾼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모든 일이 가능하도록 후원해준 날개 달린 간세들 덕분입니다. 

 

 

 

 


 

8년 동안 네 번의 이사, 떠돌면서 회의와 교육

 

서귀포 시내에 있는 35년된 병원 건물 빚내서 사들인 제주올레

 


 

 

 

 

이렇듯 고마운 분들께 저희가 최근 저지른 ‘대형사고’를 처음으로 알리고자 합니다. [사] 제주올레가 지난 3월 17일 올레 6코스 서귀포 시내에 있는 한 건물을 제주올레 센터로 사들였습니다. 지난해부터 올레꾼들과 날개 달린 간세들이 기부해 준 ‘담돌간세 기금’ 1억 5천만 원, 사무국이 알뜰하게 경비를 아끼며 모은 돈 5천만 원을 합한2억 원으로는 어림도 없는 9억 5천만 원짜리 건물입니다. 모자란 돈 7억 5천만 원은 여러분들이 1년 무이자로 빌려주셨습니다. 이렇게 무리해서까지 건물을 사들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주올레 백 년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구)현대의원 건물]

 

 

 

 

[사]제주올레는 2007년 9월부터 지금까지 지난 7년 6개월 사이에 네 번이나 사무실을 옮겨야만 했습니다. 저의 전세 아파트, 월드컵 경기장, (구)소라의 성 2층 공간에 이어서 서귀포 동문로터리 뒤 한로 물산 2층의 사무실까지. 물론 네 번의 사무실 모두 회의실과 손님 응접 공간이 없어, 회의를 할 때나 외부 방문객과 시찰단이 오면 이곳 저곳을 빌려서 전전해야만 했고요. 한번 이사를 하고 다시 자리를 잡기까지 인력 소모와 에너지 낭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담돌 간세’ 캠페인에 많은 분들이 마음을 모아주었지만, 천정부지로 오르는 서귀포의 땅과 건축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떠돌이처럼 떠돌 수도 없고.

그러던 중에 오랫동안 비워둔 35년 된 병원 건물(구 현대의원)이 시세에 비해 싼값으로 매물로 나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저희들은 며칠에 걸친 고심 끝에 이 건물을 사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올레를 사랑하는 설문대할망(제주의 창조 여신)과 날개 달린 간세들과 올레꾼들을 믿고서 저지른 일입니다. 또한 제주올레의 향후 10년, 100년을 안정적으로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이 길이 최선이라는 판단 때문에 저지른 일입니다. 

 

 

 

 


 

올레 스피릿(정신)을 담아낼 공간, 제주올레의 백 년을 준비하는 터전 

 

온전히 우리 모두의 것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의 힘이 필요해

 


 

 

 

 

이 건물은 지역민과 올레꾼들의 만남의 공간, 정보 공유의 공간으로 쓰일 것이며 제주의 문화를 공부하는 제주올레 아카데미 교육장으로도 활용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올레 스피릿(Spirit, 정신)’을 온 세상에 전파하는 거점 공간으로 쓰일 것입니다.

제주올레길은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와 길 모임 단체들의 견학 장소가 된 지 오래입니다. 뿐만 아니라 월드트레일콘퍼런스와 제주올레걷기축제, 우정의 길 사업을 통해 제주올레 길은 아시아는 물론이거니와 유럽과 북미 대륙에도 그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열린 빌바오 세계문화정상회의 초청이 그 증거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제주올레 센터는 아시아 트레일의 허브 구실을 하게 될 것이며, 제주의 또 다른 랜드마크가 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제주올레 센터는 사무국에게는 지속 가능한 일터요, 올레꾼과 지역민에게는 만남의 공간이요, 날개 달린 간세들에게는 반가운 친정집이요, 외부 방문객에게는 올레 스피릿을 전파하는 기지국이 될 것입니다.

 

 

 

 

[제주올레 후원회원을 의미하는 날개 달린 간세. 제주올레 센터 마련을 위해 제주올레 후원회비 10년치(120만 원)을 선납하는 십년지기 모집 캠페인이 시작된다]

 

 

 

 

저희 힘만으로는 이 공간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저희 힘만으로는 제주올레의 다음 10년, 100년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걷기를 좋아하고 제주를 사랑하는 이들이 한데 힘을 합해 이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이 공간에서 제주올레의 다음 10년, 100년을 함께 만들어나가기를 소망합니다. 올레길에서 몸과 마음의 힐링을 했다면, 올레 센터에서 우리는 길의 문화를 향유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10년, 100년 뒤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길과 센터에서 치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 건물이 온전하게 우리 모두의 것이 되고, 제주올레의 10년 100년을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저희는 4월부터 대대적인 캠페인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주올레 후원 회비 10년치(120만 원)를 일시에 납부하는 제주올레 십년지기, 100년치를 일시에 납부하는 제주올레 백년지기를 모집하고자 합니다. 각자 형편에 맞게 오년지기, 일년지기 또한 가능합니다 (신청:http://goo.gl/forms/LvMb2WlnSl)그 모두의 헌신을 저희는 건물 한쪽 ‘감사의 벽’에 아로새겨, 길이길이 기억할 것입니다.

 

 

 

 

[제주올레 20코스 성세기 태역길   사진 김덕영]

 

 

 

 

길은 한순간의 유행이 아닙니다. 길은 현대인에게는 정신과 육체를 자신의 두 발로 치유하는 행복한 종합병원입니다. 그리고 올레 센터는 그 중심에 서게 될 것입니다. 길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 관리, 운영하고 방문객을 맞이하고 정보를 전파하고 제주 문화를 알리는 기지국 노릇을 할 것입니다.

이 명소를 만들어내고, 제주올레의 다음 10년을 가능하게 하는 데는 여러분의 정성이 절실합니다. 저희는 여러분이 내는 한 푼 한 푼을 진정 소중히 여기고 이 낡은 건물을 제주와 어울리는 아름답고 다정한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제주올레의 더 튼튼한 미래를 함께 일구겠습니다. 다 함께 동참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제 긴 글을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레길에서 다시 뵈올 날을 기다리면서……